의료현장에서 환자분들을 접하다보면 참 다양한 연령대, 직업, 학력의 환자분들과 면담을 하게 됩니다. 그럴때 자주 듣게 되는 표현 중에 “팔꿈치에 엘보우가 있다” “목에 디스크가 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엘보우는 elbow, 즉 영어로 팔꿈치라는 뜻 외에 다른 뜻은 없습니다. 결국 “팔꿈치에 엘보우가 있다”는 표현은 “팔꿈치에 팔꿈치가 있다”는 다소 희한한 문장임을 알 수 있죠.
하지만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에는 그리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시골에서는 할머니들이 “내 왼쪽무릎이 관절이야”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듣게 되지만 서로서로 다 알아듣습니다. 그런 할머니들은 ‘관절=퇴행성관절염’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아마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라는 병명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완골외상과염’‘주관절외상과염’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을 줄여서 ‘엘보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팔꿈치에 엘보우’가 있게 되는 거죠.
외래어 중에서도 수퍼마켓(super market)이 줄어서 ‘슈퍼’가 된 경우가 있죠. 세월이 지나 슈퍼는 구멍가게를 뜻하는 말로 정착 되어버렸듯, 엘보우도 그렇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디스크(disc)도 비슷하게 오용되는 사례입니다. 디스크(disc)는 추간판과 같은 말로 척추 사이에 들어 있는 연부조직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목과 허리에 디스크(disc)가 태어날때부터 있습니다. “목에 디스크가 있다”는 분들은 “경추에 추간판탈출증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추간판의 수핵이 새어나가 신경관을 누른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팔꿈치에 팔꿈치가 있는 것”과 비슷한 실수를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disc는 elbow에 비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영어단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학력이나 직업에 거의 무관하게 많은 분들이 오용하는 것 같습니다.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테니스라는 운동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90%가 테니스 코트에 발 한번 들여놓은 적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팔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생길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테니스, 골프, 야구선수 같은 운동선수는 말할 것도 없겠고, 반복적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집안일 많이 하는 주부도 위험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팔꿈치를 굽혔다 펴는 동작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손을 엎고 뒤집는 동작에서도 팔꿈치에 무리가 갑니다. 때문에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를 유발하는 동작은 팔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동작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궁금하거든 지금 주변에 보이는 물건으로 간단하게 실험해보시면 됩니다. 병뚜껑을 돌릴때, 손잡이를 돌려 문 열때, 행주를 짤 때, 물건을 집어서 눈 가까이 가져갈 때 팔꿈치가 어떻게 힘을 주는지 느껴 보시면 제 얘기를 쉬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며,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자제하면서 상지의 과사용을 방지하면 통증이 경감됩니다. 필요한 경우 보조기 등을 활용하여 고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증이 경감되면 점진적으로 보강운동을 시행하여 증상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